언니, 평범한 남자 좀 찾아주세요.
야 주변에 평범한 남자 없냐.
이십대 싱글여성들이 절박하게 원하는 바로 그 사람, 내가 남들의 이상형으로 가장 많이 듣는 그 단어,
평범한 남자.
문제는 이 평범함에 대한 기준 설정이다. 여기서의 평범함이란 얼굴, 키, 직업, 재정상태, 성격, 가족관계, 부모님 재산, 거주지, 차량유무, 심지어 머리숱과 얼굴 크기까지 말 그대로 두루두루 팔십점 이상으로 평범해야 한다는 뜻인데, 차라리 돈 많고 무식한 남자나 똑똑한데 버릇없는 남자를 구해줄망정 이렇게 평범(하다고 불리지만 실질적으로 전혀 평범하지 않은) 남자를 발굴하기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는 커녕 공유랑 결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러니까 마치 화이트 셔츠 쇼핑과 같은 거지. 백화점에서 발에 채이는게 화이트 셔츠지만, 내 몸에 꼭 맞는 지극히 무난하고 튀지 않는 디자인의 화이트 셔츠를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환장하게 어려운 일인지는 아는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맘에 드는 걸 구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뛸듯이 기뻐하며 칼라가 까맣게 변하고 겨드랑이가 해질 때까지 그것만 입거나 아님 같은 셔츠를 사재기로 쟁여두는 거고.
적어도 내가 아는 그녀들은 갑부집 왕자님과의 백마 위 로맨스라든가 회사 실장님과의 한몫잡는 연애를 꿈꾸지 않은 소박한 여성들이므로 우월한 남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건 절대적으로 사실이지만, 마찬가지로 이들이 과연 이상형의 남자와 같은 선상의 평범한 여자인지에 대한 여부는 내 알 바 아니기도 하다.
Tag 평범한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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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k2010/03/12 00:17 [Edit/Del] [Reply]어라 저건 내 얘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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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긔2010/03/12 08:26 [Edit/Del] [Reply]여평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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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2010/03/12 11:06 [Edit/Del] [Reply]저기서 나처럼 과감히 두세개 정도 버릴줄 알면...
이런저런 얘기들 58
Posted at 2010/03/09 22:00// Posted in R the junior AE정신적 안정상태에 접어든 스물일곱의 증거:
나 요즘 손톱 기른다. 이렇게 길게.
일주일 내내 목을 매고 이태원 노래를 불러 제끼다가 결국 주말에 타르틴으로 달려가 라임파이, 블루베리 타르트, 바닐라 아이스크림 올린 피칸파이까지 둘이서 세 개 먹는 기염을 토했다. 좀 제정신이 아닌 듯.
제일기획 앞까지 걸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동천홍과 타이 오키드, 소르티노스, 문타로는 그대로였지만 임페리얼 팰리스 부띠끄 호텔과 마카로니 마켓, 카페 에 마미 등 낯선 곳도 많이 생겼다. 내가 서식하던 그 곳이 맞나싶다.
중요한 건 해밀턴 호텔 옆 사이공 그릴이 사라졌다는 거. 망한 줄 알고 경악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다행히 이사간 거였더라.
마이타이 차이나에는 어디서 저런 애들을 찾아다 놓은건가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연예인 뺨 후려치게 잘생긴 아이들이 일하고 있다. 극단적 외모의 소유자들이었으나 내 취향이 아니라 패스. 신기하긴 했다.
서울 주요대 외고 출신 합격자 비율 급등 / 연합뉴스
결론: 고등학교건 대학교건 그보다 열등함(폭소)
어차피 정리해야만 하는 인연이라면 빨리 종결하는게 서로를 위해 나은 거라고 판단했다. 밉다면 미안한데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 요상하게도 나를 너무 좋아하면 어떻게 해야되는 거냐? 이건 뭐 내칠수도 없고...
빨리 따뜻해져야 도시락 싸서 봄나들이 갈텐데, 여전히 서울은 나에겐 지독히 춥다. 3월의 눈이라니.
비즈니스차 가진 비자발적 술자리에서 나의 업무 파트너가 오십도짜리 위스키 온더락을 발칵발칵 들이키는 바람에 나는 밤새 죽다 살아났다. 대단히 흥미로웠던 그 날의 대화를 상기해보면, 삼십대에 접어든 아름다운 실버 혹은 골드미스인 그녀는 나와 반초면인 상태였을 때부터 이미 돈 많고 똑똑한 남자를 원한다고 말했는데 알고보니 이건 그냥 농담이 아니었다. 그 날엔 집있는 남자, 집안 빵빵한 남자, 학벌 좋은 남자, 키 큰 남자, 말 잘 듣는 남자가 얼마나 가치있는지와 그런 남자를 붙잡아 결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본격적으로 나에게 주입시켰다. 실상 그런 남자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경우 그녀를 좋아할지에 대한 여부는 내 알 바 아니나 아무튼 그녀의 기준은 단호하지 그지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남자들이 서른 넘은 여자들을 왜 무섭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했다.
직장생활 이년차로서 그렇게 속물적으로 남자를 평가하기에 전 아직 어리고 순수해요,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도덕적 양심에 위반되는 소리겠지만 '돈 많고 똑똑하면 좋지'와 '무조건 돈 많고 똑똑해야 돼'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고 믿고싶다). 그녀가 내게 '이제는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안목들이 현실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게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르면 나도 그런 잣대가 머리에 박힌 여자가 되어 그런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내뱉을 날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나는 그게 제일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