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당신에게반하지않았다'에 해당되는 글 1건
대책없는 여자들을 조심하라
Posted at 2009/02/22 00:01// Posted in preference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여섯명의 남녀가 얽히고 섥히는 전형적 로맨틱 코미디다. 내가 예전에 몸담았던 영화사의 작품이라 평가하긴 그렇지만 내용은 사실 뻔하다. 다만 전형적인 여성전용 관람가로 보이는 이 영화를 남자들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지(지니퍼 굿윈)과 베스(드류 배리모어)로 대변되는 '대책없는 여자' 부류를 쌍으로 관찰한 후 조심하라는 의도에서다.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내 주변만 봐도 지지나 베스같은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뭇 심각한 문제다. 영화에서처럼 광채나는 미남 브래들리 쿠퍼를 꼬실 수 있는 여자는 스칼렛 요한슨 뿐이라는게 정설이나, 현실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은 주변의 짚신끼리 짝 만난 커플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니 외모는 일단 제치고 생각해보자. 문제는 그 사람 자체가 호감이 가는 생물체인가의 여부인데, 내가 '대책없는 그녀'라고 명명한 이들의 특징이랄지면 첫째, 한결같이 남자는 고사하고 여자들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성격상의 결함이 있으며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매력을 평균 이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매번 주변의 '그'들이 그녀에게 너무 들이대서 아주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그 명백한 증거라며 털어놓는, 분명 술자리에서의 단순한 스킨십 혹은 사소한 농담에서부터 비롯됐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모두 혼자만의 착각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것을 그녀를 제외한 주변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
'그는 당신에게...'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지지는 '전화할게요'와 같은 단순한 인사성 멘트에 흥분하여 '그'가 자신에게 푹 빠진 것 같다며 매번 배추씨도 안 뿌린 땅에서 묵은지부터 집어먹고, 전날 만난 남자와 잘되고 있음을 확신해 마지않던 베스는 자동응답기에 남겨진, 그가 다른 여자에게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고만다. 정신 못차리는 지지에게 친구 알렉스는 매번 충고하지만, 영화의 엔딩은 결국 지지가 주제를 파악하고 정신을 차리는 대신 알렉스가 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관객으로 입장한 대책없는 여성군에게 잘생긴 바람둥이를 길들여 알렉스처럼 만들어야겠다는 환상을 추가로 심어준 채.
영화에서 그녀들이 벌이는 연애 실패담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지지와 베스가 환생한 실제의 그녀들은 '자신을 꼬인' 남자들을 나쁜 놈으로 단정지은 후 죄다 자기 편밖에 없는(혹은 그 자리에서는 억지로 웃으며 자기 편이 되어주는) 여자 친구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연애담(이라고 스스로 믿고있는 간헐적 에피소드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 남자가 던졌던 대사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그 남자'는 현재 기억도 못할 말들을 곱씹으며 그녀는 그런 말과 행동까지 해놓고 어떻게 자신에게 이러냐며 울분을 토하고 가끔 눈물짓는다. 그리고 이미 민폐라는 민폐는 다 끼친 주변 친구들에게 이제 솔로라 외로우니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강력하게 조르기 시작한다. 그 친구들은 그녀를 다른 이에게 소개시켜주는 일 자체가 민폐의 정점이라고 마침 생각한 터였다.
물론 내 경험상 지구 상에 변명조차 필요없는 나쁜 남자는 아주 많다. 그런데 문제는 소수의 '대책없는 여자'들의 망상과 착각 때문에 나쁜 남자의 범주에 들 필요가 없는 남자들까지 나쁜 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이성으로서가 아닌 단순한 인간적 호기심을 잠시 내비쳤을 수도 있고,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어서 빨리 떼어내기 위해 비장의 대사를 날렸을 수도 있고, 이성적 호감이 생기려고 하다가 그녀의 적극적 들이댐에 식겁해 뒷걸음질 쳤을 수도 있다. 타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런 사람들을 글러먹은 인간들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들이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할 말 없지만, 최소한 '그'들을 일방적 가해자로 단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다고 생각하는 '유도리'를 발휘하지 못하고 앞만 향해 휘달려든 그녀들에게도 분명 귀책사유가 돌아간다.
남자 키가 180이 넘지 않으면 어디다 써먹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160 미만의 이 대책없는 여자들로부터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일체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멘트를 아무에게나 던지지 않는 개념과 둘째, 연애실력을 향상시켜 보려고 사용하는 간단한 스킬을 사람 봐가면서 써먹는 명석함이 요구된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관계발전의 의향을 품게 되는 여자들에게만 적용하라는 얘기다. 저렇게 대책없는 여자들에게 걸려서, 밤새 충전하느라 꺼놓은 휴대전화를 켠 아침에 여덟시간 동안 부재중 통화기록이 찍여있는 화면을 보지 않으려면, 그리고 여자들끼리의 모임에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씹혀서 귀가 간지러워 새벽잠을 설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