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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매주 월화마다 '에덴의 동쪽'을 본다. 재미없어도 그나마 이것마저 빼면 변변한 드라마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이유이나 내가 볼 때 이미 스토리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다. 그 시간에 나는 주로 일 혹은 블로깅을 하기 때문에 방에서 컴퓨터를 쓰면서 소리로만 드라마를 접하게 되는데, 최근 3주간 '에덴의 동쪽'을 청취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드라마가 특정 단어를 집착적으로 대사에 삽입하며 시청자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주입단어를 나열해보자.
"핏줄이란게 참 무섭군요"
"레베카!!!!!!"
"이동욱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디"
"엄니!" (절대 '어머니'가 아니다)
"태호를 태성그룹의 후계자로 만들 거에요"
이 중 단연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작가가 사회적 이슈화를 시키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핏줄론'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너무 구식의 논제라 아무런 화제가 안되고 있다. 일생의 원수가 자신의 아버지로 밝혀진 후 이동욱이가 생물학적 핏줄인 신태환에 대해 본능적으로 끌리며 마음이 흔들린(다고 작가는 주장하고 있)다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도 저것보단 잘 쓰겠다는 조소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거면 니가 한 번 실제로 써보라며 작가가 억울해 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심지어 나조차도 저 플롯을 구성하는 수준보단 창의적인 인간이라고 믿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가와 얼마나 좋은 드라마인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나는 이미 '그들이 사는 세상'과 후속작인 '꽃보다 남자' 시청률의 안드로메다 거리보다 먼 차이를 비교하면서 가정의 시청권을 손에 쥔 이들의 지적 수준을 파악해 버렸다. 그러므로 '에덴의 동쪽'이 아무리 국자 커플 어쩌고 하며 대중성 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을만한지 모르겠지만 작품성의 논의라면 작가는 입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진지하고 고매한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작가가 작품성에 대해 집착한다는 의심을 품게 된 이유는 결정적으로 이 대사 때문이었다. 늘상 괴로워하는 남편을 처량하게 여기며 언젠가 지현이가 내뱉은 말은 대충 이랬다.
"당신은 침윤의 늪에 빠져서..."
'침윤'이라니 아 이런 맙소사. 이십분동안 낄낄댔다. 이제는 TV문학관에도 안 나오는 단어를 굳이 끌어들여 내비치는 이 뜬금없는 문학적 욕심은 뭘까. 신태환이 임신한 레베카의 배를 갈라서 산부인과 전문의마냥 신생아를 꺼냈다는 이야기를 펼쳤을 때부터 이미 작품 수준에 대한 욕심은 양심상 내던져 버렸어야 하는거 아닌가. 풀무원이 그랬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거라고. 국회장을 폐암 말기로 선고한 이 막장의 시추에이션에서 뭘 더 잘 해보려고 욕심내는 지금의 상황은 범죄에 가깝다.
최소한 '아내의 유혹'같은 경우에는 같은 선상의 퀄리티임에도 이런 되도않는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코미디로 승부했다. 미친아이 널뛰는 편집과 돌로 CCTV를 깨부셔 인멸한다는 충격적인 문제 해결방식이 난무하지만 우린 그냥 아무 생각없이 깔깔대며 시청할 수 있다. 그런데 등장인물 중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울며 불며 진지한 '에덴의 동쪽'을 보다보면 마음껏 비웃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작가의 필력에 깊이 감동하여 울어야 하는지 참 애매하다. 격에 맞지 않게 심각한 데다가 유머러스하지도, 똑똑하지도, 심지어 잘생기지조차 않은 남자와 소개팅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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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덴의 동쪽을 통한 드라마에 대한 고찰 // 목소리를 내는 사람 2009/02/17 12:35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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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2009/02/16 14:18 [Edit/Del] [Reply]지난주엔 좀 덜했지만 지지난주까지는 한시간에 '핏줄'이라는 단어만 50번넘게 나왔었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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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댁곰2009/03/06 13:01 [Edit/Del] [Reply]당신 글 참 맛깔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