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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먼 자들의 도시 2009/10/31

눈먼 자들의 도시

Posted at 2009/10/31 23:57// Posted in cooool stuff


내가 다시 시력을 회복한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주의깊게 볼 거야, 마치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방금 그들의 영혼이라고 했소.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이 물었다. 아니면 그들의 마음일 수도 있고요,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바로 그때, 마치 별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놀라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우리 내부에는 이름이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 뭔가가 바로 우리에요. (388)

ㅡ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의사의 아내만 빼고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다. 그래서 눈이 먼 사람들이 오히려 정상이 되었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의사의 아내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의사의 아내처럼 유일하게 눈뜬 자가 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이 도시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눈이 멀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반가운 재범이의 얼굴을 발견하고 든 생각이다. 누가 저 아이를 시애틀로 돌아가게 만들었나. 나는 그 때 사람들의 머리에서 뿔을 보았다. 그들은 폭력적이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이었으며, 무엇보다 눈이 멀어 우유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눈이 먼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이 붙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나, 내가 아는 그들은 눈도 멀고 정신도 온전치 못했다.

이게 이 도시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눈이 멀어있거나 멀 조짐이 보이는 범지구적 인간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찬찬히 관찰해온 눈먼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다. 그들은 제 삶에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고 한이 맺혔는데 그 아픈 마음을 풀 곳이 없어 날이 서 있다. 그래서 시야에 걸리는 족족 엄한 사람들을 물어뜯고 총을 겨누고 때리고 그것도 모자라 불태워 버리려 달려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분노와 한이 풀어진다기 보다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비뚤어진 마음을 알아줬으면 기대하는 것이다. 남의 경미한 흠까지 샅샅이 들춰내어 인민재판을 벌이는 악마같은 웃음, 외고같은 건 없애버려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 모든게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하는 택시기사의 핏대, 어디서 건방지게 여자가 담배를 피우냐며 날아오는 지팡이, 전철 배차시간이 너무 길다고 역 직원을 찌를듯이 삿대질하는 손가락, 다 마찬가지다. 나는 이 상황이 조금 황당하고 무척 슬프다. 대체 무엇이 이 많은 눈먼 사람들을 화나게 만든 것인지.

눈뜬 자로서, 눈먼 자들의 도시에 살면서 겪는 이 모든 일들이, 주제 사라마구의 희망처럼 결국엔 그들이 눈을 뜸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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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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